영화 < 너는 펫 > 은 총 14편의 원작 만화에서 1편을 확장시켰다. 몇몇 설정이 바뀌기는 했지만 사실상 원작의 스미레와 모모, 스미레의 첫사랑인 하스미가 벌이는 삼각관계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러닝타임의 제한상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주인과 펫의 관계가 종종 남녀의 관계를 오가는 긴장은 영화에도 담겨 있다. 하지만 독특한 설정과 캐릭터와는 별개로 < 너는 펫 > 은 그다지 많은 웃음이 드러나지 않는 로맨틱코미디다. 원작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삼각관계라는 단순한 구도로 정리했지만 오히려 단순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확장하면서 생겨난 각색과 연출의 기술적인 오차 때문인 듯 보인다. 영화는 이야기의 사이사이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메우고 있지만 대부분 정리를 하지 않고 성급히 넘어가는 장면들인 탓에 웃어야 할지, 감동을 받아야 할지 애매한 순간이 많다. 모모와 첫사랑 사이에서 느끼는 은이의 갈등이 종종 뜬금없어 보이는 것도, 주변 인물들을 연기하는 조연들의 생기가 없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장근석은 < 너는 펫 > 의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한류 관객을 의식한 듯 그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꽤 비중있게 들어가 있지만 이야기와 상관없이 고려된 비중은 영화의 단순한 구도마저 흔들어놓는다. 무엇보다 장근석만을 위해 만든 이런 장면들은 관객의 성별과 그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설정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이야기가 무리한 욕심에 무너진 아쉬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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