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 오브 스틸 > 은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타셈 싱의 < 신들의 전쟁 > 으로 이 새로운 스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신들의 전쟁 > 은 그리스 테세우스 신화에 느슨하게 기반을 둔 영화다.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헨리 카빌은 거인족 왕 히페리온(미키 루크)을 물리치고 에피루스의 활과 그리스를 구하라는 제우스(루크 에반스)의 명을 받은 영웅 테세우스를 연기한다. 그는 프리다 핀토와 스티븐 도프를 양옆에 끼고 완벽하게 세팅된 블루 스크린 앞에서 < 300 > 스타일의 복근으로 < 300 > 스타일의 액션을 펼치게 된다. 헨리 카빌은 테세우스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테세우스는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동시에 사회를 거부하는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지적인 남자다.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도리어 질문을 던지는, 그런 남자 말이다." 지적인 것도 좋긴 하다만, 헨리 카빌에게 정말로 중요한 건 < 300 > 으로 스타 자리에 오른 제라드 버틀러의 전례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하루 14시간 운동을 통해 배에 새겨놓은 에이트팩("감독이 저에게 에이트팩을 만들라더군요. 식스팩이 아니라 에이트팩")이라면 헨리 카빌의 이름이 관객 두뇌 속에 조각처럼 새겨질 건 보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감독 타셈 싱은 < 신들의 전쟁 > 을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 파이트 클럽 > 을 만났을 때"라고 설명한다. 이걸 달리 말하자면 극도로 유미주의적인 손길로 헨리 카빌의 육체를 스크린에 전시할 거란 소리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조그마한 섬에서 태어났고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군인이 됐을 것"이라 말하는 이 칠전팔기의 스타는 오랜 불운의 구렁텅이를 딛고 마침내 정상 직전에 도달했다. 그것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과 전설적인 슈퍼히어로를 연기할 수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만으로 말이다. 그가 오랜 불운을 반면교사삼아 공손하고 겸손하게 성공을 자축하리라 예상한다면, 당신은 틀렸다. 헨리 카빌이 두 블록버스터 대작의 개런티로 처음 산 물건은 애스턴 마틴의 스포츠카다. "에라이 좋아. 그냥 나를 위해 한판 질러보자고… 라는 마음으로 구입했다"는 말을 들어보라. 어쩌면 우리는 스티브 매퀸의 재림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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